삿포로에 갈까요
멍을 덮으러, 열을 덮으러 삿포로에 가서 쏟아지는 눈밭을 보며 술을 마실까요.
술을 마시러 갈 땐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스키를 타고 이동하는 거예요.
전나무에서 떨어지는 눈폭탄도 맞으면서요.
동물의 발자국을 따라 조금만 가다가 조금만 환해지는 거예요.
하루에 일 미터의 눈이 내리고
천일 동안 천 미터의 눈이 쌓여도 우리는 가만히 부둥켜안고 있을까요.
미끄러지는 거예요. 눈이 내리는 날에만 바깥으로 나가요
하고 싶은 것 들을 묶어두면 안 되겠죠.
서로가 서로에 대해 절망한 것을 사과한 일도 없으며, 세상 모두가 흰색이니 의심도 서로 없겠죠.
우리가 선명해지기 위해서라기보다 모호해지기 위해서라도 삿포로는 딱이네요.
당신의 많은 부분들 한숨을 내쉬지 않고는 열거할 수 없는 당신의 소중한 부분들까지도
당신은 단 하나인데 나는 여럿이어서.
당신은 죄가 없고 나는 죄가 여럿힌 것까지도 눈 속에 단단히 파묻고 오겠습니다.
삿포로에 갈까요. 이 말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.